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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사건과 해군기지, 역사는 반복되는가(1)
[현지르포] 제주해군기지 반대하는 서귀포 강정마을을 가다
미 군정체제의 문제와 남한의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해 제주민중이 분연히 일어섰다가 미군정과 경찰력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당했던 사건. 63년 전에 있었던 제주4·3항쟁은 오래 전에 끝났고, 역사적 평가도 내려졌다. 그런데 왜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을까.
유난히 더웠던 3월의 마지막 날, 오후 2시를 막 넘긴 시간. 제주공항에 도착해 바로 렌트카에 몸을 실은 뒤 내비게이션을 켜고 한라산 반대편에 있는 서귀포시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채 1시간이 지나지 않아 서귀포시 인근 강정마을에 도착했다. 강정마을을 소개하는 커다란 비석 밑에 ‘자연생태우수마을’이라는 표기가 눈에 들어온다. 마을사람들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사진 몇 컷을 찍은 뒤 조금 더 들어가 본 마을은 글쎄…, 겉보기에 그냥 평범했다.
제주해군기지가 건설현장이 있을까 싶어 바닷가 쪽으로 핸들을 꺾어봤지만 입에 수건이나 마스크를 걸친 채 올레길을 걷는 관광객들만 보인다. 할 수 없이 길가에 차를 정차시킨 뒤 마을사람인 듯싶은 초로의 부부에게 길을 물었다.
“큰 길로 나가서 오른쪽으로 가면 바로 해군기지 건설현장이에요.”
여자 분은 꼼꼼하게 길을 알려주셨지만, 표정은 밝지 않았다.
큰길에서 우회전을 하니 금방 길옆으로 공사현장이 나타났다. 철판으로 가려 현장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공사현장에 진입하는데 딱히 제지를 받지는 않았다. 컨테이너 하나가 바닷가 쪽으로 놓여있었고, 옥상처럼 지붕에 올라가면 전망대처럼 바다를 볼 수 있었다.
해군기지 들어서는 강정마을 정기총회
이곳저곳을 다니며 현장 사진을 찍다보니 어느새 주변이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한다. 전화연락이 좀처럼 닿지 않아 강정마을회관을 직접 찾아가기로 했다. 오전에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강동균 회장을 비롯한 강정마을회 관계자들도 막 마을회관에 도착한 터였다. 마침 마을의 정기총회가 있는 날이라 임원진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총회 분위기를 어떻게 예상하느냐”고 묻자 강 회장은 “작년과 올해 결산, 예산을 주로 다루는 자리라 해군기지에 대한 얘기는 많이 나오지 않은데 마지막 부분에 잠깐 얘기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하고, “해군기지 건설에 찬성하는 사람들도 몇 명 참석할 수도 있지만 반대하는 주민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분위기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저녁식사는 결국 시간이 빠듯해 동네 중국집에서 배달시켜 먹는다. 배달 온 중국집 사장에게 여성 임원이 “왜 예쁜 그릇에 담아오지 않았느냐”며 장난스럽게 시비를 걸자 사장님 입담도 만만치 않다. “그러니까 왜 바쁜 시간에 시켜먹어. 그리고 아마 자장면 그릇은 우리가 제주도에서 제일 비싼 걸로 쓸걸. 봐, 좋잖아.” 한동안 티격태격 거린다. 친근함이 느껴진다.
시작시간을 넘겼지만 총회 정족수를 채우기까지는 아직 멀었다. “강정마을회에서 알려드립니다~.” 오랜만에 들어본다. 마을회 임원들은 마을회관에 설치된 마이크로 연신 총회참석을 독촉했고, 자가용을 타고 온 주민부터 오토바이를 몰고 온 촌로까지 꾸준히 회관 앞으로 집결한다. 일찍 도착한 주민들은 회관 안팎에서 삼삼오오 모여 열띤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시민단체 “해군기지 건설 철회, 충분히 가능하다”
마을살림을 논하는 자리라 외지인이 불쑥 참석하는 건 좀 부담스럽다. “어디에서 오셨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보니 부담감은 더해진다. 자연스레 바깥으로 돌게 되는데, 마을회 임원 중 한 명이 김종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이하 평통사)’ 사무총장을 소개한다.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기 위해 제주도에 아예 상주하다시피 하고 있다고 했다.
간단한 인사와 함께 명함을 교환한 뒤 불쑥 질문을 던졌다.
“해군기지 문제가 앞으로 어떻게 될 거라고 보십니까?”
“저는 낙관적으로 봅니다.”
예상 밖의 시원스러운 답변이다.
김 사무총장은 “최근 여주에서 공군비행장 비행안전구역 확대계획이 지역주민의 반대로 무산됐다”며 “군수, 이장단협의회 등 주민들이 강력히 반대하고 나서자 한나라당 소속 이범관 국회의원도 부담을 느꼈고, 김관진 국방부장관이 직접 만나 ‘이미 전면중단하도록 지시했다’는 말을 듣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아예 공군사격장 이전까지 약속하고 나섰다.
김 사무총장은 또 “공사비가 벌써 세 차례에 걸쳐 2000억원 이상 증가했는데, 4대강의 경우처럼 얼마나 더 늘어나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고, “본격적인 홍보를 시작하면 도내여론이 바뀌는 것은 순식간”이라며 “연말까지 반대운동을 통해 여론을 바꾸고, 그 여론을 통해 제주도지사와 도의회 그리고 중앙정치권을 압박하면 취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신용인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제2의 4·3” 30분 정도 흘렀을까. 저녁 8시가 조금 넘어서자 어느새 성원이 됐다. 바깥에 있던 주민들도 총회장 안으로 들어가고 어느새 자리는 꽉 찼다. 마을회장은 “가거라 해군기지, 오너라 평화의 잔치”라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 앞에 자리를 잡고, 사회자가 총회의 시작을 알린다.
이날 정기총회에서는 회계부분 감사를 포함해 지난해 사업보고 및 결산보고, 올해 사업계획 및 예산안 승인건 등이 논의됐다. 총회 막판에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된 논의가 있었고, 일부 주민이 “이왕 이렇게 됐는데 발전계획은 어느 정도 수정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지만 논의 끝에 “변함없이 기존방식의 반대 입장을 고수하자”는 쪽으로 재결론을 내렸다.
이날 오전 강정마을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해군기지 문제의 해법을 위한 공개토론회를 도에 공식제안하기도 했다. 제주도는 최근 강정마을회의 공개질의에 대해 “해군기지와 평화의 섬의 양립문제를 논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현실적으로 합리적이지 않다”고 답했고, 이에 강정마을회가 “동문서답”이라고 반발하면서 우근민 지사와의 TV토론회를 제안한 것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신용인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얼마 후면 4·3항쟁 63주년인데, 국가권력에 의해 희생됐다는 점에서 제주해군기지 건설과 4·3은 닮은꼴입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제2의 4·3’이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