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사회적 기업을 운영할 자격이 있는가
“국가인증, 최저임금지원제도가 오히려 사회적 기업 죽인다”
사회적 기업. 많이 들어본 단어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제3섹터. 몇 번쯤은 들어봤을 법하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정확한 내용을 모른다.
제3섹터(the third sector)는 미국에서 주로 사용되는 용어로 제1섹터인 국가와 공공부문(Public sector)과 제2섹터인 영리활동의 경제분야(Private sector)를 제외한 나머지 영역, 즉 비영리영역을 의미하는 용어로 주로 미국에서 사용된다. 사회에서 재화와 용역의 배분에 관여하는 국가와 시장이 아닌 제3의 영역을 말하며 ‘독립섹터’라고 하기도 한다.
제3섹터는 미국에서 오래 전부터 사용됐으며, 행정·경영의 2대 부문에 속하지 않는 교육·종교·자선·노조 등 비영리단체를 포괄적으로 일컫는다. 반면 2차 대전 후 고도성장을 통해 심각해진 과밀·과소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이 공동출자로 주식회사를 만들어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사업형태를 제3섹터로 규정한 일본과는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또 유병선 경향신문 논설위원이 자신의 저서 ‘보노보혁명’에서 “공공의 이익과 관련이 있는 사회조직을 구분할 때 제1섹터는 정부, 제2섹터는 민간기업, 제3섹터는 비정부 비영리단체를 말하고, 제4섹터가 바로 돈을 벌어서 비영리목적으로 사용하는 조직”이라고 정의한 것처럼 제3섹터와 제4섹터를 구분하는 시각도 있지만 이 글에서는 편의상 제3섹터로 통칭한다.
제1섹터와 제2섹터… 그리고 제3섹터
제1섹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로 나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강력한 중앙정부에 비해 지방정부의 권한은 제한적이며,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 역시 광역시도에 따라 격차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낮은 실정이다. 중앙정부는 실제적인 권한을 이양하지 않고 있으며, 따라서 과도한 중앙집권적 형태를 보인다. 부처이기주의, 관료주의는 대단히 익숙한 단어가 돼버렸다.
제2섹터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대기업의 또 다른 이름은 ‘재벌(財閥)’이며, 재벌은 사전적으로 “재계(財界)에서 세력 있는 자본가·기업가의 무리” 또는 “대자본가의 일가나 친척으로 된 투자 기구”를 뜻한다. 국민의 뇌리에 부정적 의미로 각인될 정도로 자사이기적 수익추구와 상속·승계와 조세포탈 등 왜곡된 지배구조, 천민자본주의적 특성을 띤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제3섹터. 제3섹터의 형성에 대해서는 민간·공공부문 모두 무관심했던 이른바 서비스 사각지대에서 시작됐다는 ‘확산적 입장’과 민간·공공부문 한 쪽으로 수렴된 결과라는 ‘수렴적 입장’으로 구분된다. ‘확산적 입장’이 민간자본이나 제도적 특혜가 아닌 자발성에 주목한 반면 ‘수렴적 입장’은 민간·공공의 장점을 결합시킨 메커니즘으로 파악한다.
우리나라의 제3섹터는 지자체와 민간기업의 공동협력에 의한 공사공동출자 사업체를 의미한다. 공공부문에 민간의 능력(자본·기술·인력 등)을 도입해 공공부문의 능력·한계를 보완하거나, 공적지원(자본·행정력 등)의 강화를 통해 민간부문을 활성화시키려는 목적을 지닌다. 지역산업을 진흥시키고, 공공서비스의 질을 제고하며, 지방재정을 확충하기 위해 설립됐다.
“사회적 기업, 제대로 운영할 준비가 부족하다”
주지하다시피 제3섹터의 대표적 형태는 ‘사회적 기업’이다. 많이 들어봤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이고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논의도 부족했고, ‘실업’이라는 당면과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서둘러 법적인 틀 안으로 끌어들이면서 사회적 기업의 특성인 창의성·다양성·실험성이 훼손되기도 했다.
사실 이 문제는 간단히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극단적으로 “우리나라처럼 국가가 인증하고, 최저임금을 지원하는 시스템으로는 사회적 기업이 성공할 수 없다”고 단언하는 사회적 기업 경영자들도 있다. 아무리 좋은 철학과 의도를 갖고 시작했다 하더라도 구성원인 근로자들 스스로 주체적으로 사업을 풀어가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전태열 열사의 친동생으로 유명한 전순옥 참신나는옷 대표 역시 이런 생각에 동의한다. 영국 워릭대에서 ‘그들은 기계가 아니다(They are not machine)’는 논문으로 노동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수많은 러브콜을 거절하고 창신동으로 돌아와 ‘끝나지 않은 시다의 노래’를 이어가고 있는 그녀는 “사회적 기업이 운영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착취가 흔하던 시절 스코틀랜드에 협동조합을 만들어 임금과 노동조건을 개선시켰던 로버트 오언(Robert Owen)의 사례를 설명한 전 대표는 “진보된 작업환경을 지키기 위한 준비가 부족하다”며 “우리 사회와 정부, 기업을 만드는 사람과 그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 모두에게 총체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200년 전 오언의 실패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 다음 호에는 전순옥 대표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